꽃을 찾아서

허, 그것 참......
앞동산에 오르며 한걸음 두걸음 옮겨놓을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
매일 매일 우편함을 다녀가는 우체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뚫어지라 쳐다도 보았건만,
소식 전해주는 이 하나 없드니만,
웬걸...
막내가 학교 돌아오는 길에서 기여코 녀석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학교로 향한 오르막길가에 비스듬히 서있는 홍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그렇담...
내가 미리 찍어둔, 꽃이 가장 먼저 필 것 같던, 앞동산의 꽃나무들은...?
딸내미들과 도란도란 두런두런 꽃을 찾아 길을 나선다.
겨우내 기다린 꽃을 찾아 떠나는 걸음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와 토닥이는 발걸음 소리가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저만치 노오란 햇빛 속에서 나무들이 살짝 살짝 기지개들을 켜고 있다.
이쪽 다리도 좀 뻗어보고.... 으쟈쟈쟈쟈.
저쪽 팔도 좀 비틀어보고.... 으쟈쟈쟈쟈. ^^
에고고.. 누가 어깨 좀 주물러 주지 않나? 원, 늙으면.... 에고고. --;;

벌써 우수(雨水) 아닌가벼?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이 물이 될 정도로 따뜻해진다는 우수.
하기사 한반도의 절기가 이곳에 무슨 소용이 될까마는... ^^
이번 이곳 겨울은 겨울도 아니었다.
영하로 내려간 것이 12월에만 한 일주일?
그리곤 내내 평균 5도에서 10도의 영상 기온을 유지하더니 요즘은 낮에 10도도 훨씬 넘어가는 듯 싶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정겹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어디선가 딱다구리가나무를 쪼고 있다.
지금쯤이면 그들이 좋아하는 꿈틀이들이 마구마구 깨어날 무렵이다.
저만치 나뭇가지 사이에서 개똥지빠귀가 황급히 날아오르며 무어라고 지저귄다.
아마도 근처 어딘가에 둥지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S자로 구부러지는 언덕길에 그들은 서있었다.
이미 수많은 꽃들을 하나도 무겁지 않은 훈장들처럼 주렁주렁 매단 채로...
바람이 산들 불 때마다 그들의 가녀린 가지는 신들린 듯 춤을 춘다.
하얀 꽃을 쏟아낸다.
하얀 기다림을 토해낸다.
꽃이여.

주위엔 큰 렌즈들 주렁주렁 매달은 카메라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하, 오늘은 내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만의 시간을 가져볼까나?
멀리 꽃의 나라 이야기도 들어보고, 겨울나던 그곳 정령들 이야기도 들어보자꾸나.
꽃잎이 빙글빙글 떨어진다.
내 몸 속의 피도 덩달아 회오리치기 시작한다.
......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도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신석정 '봄을 기다리는 마음' 中)

(201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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