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시절이 태평토다
時節이 太平토다 이 모미 한가커니
竹林 深處에 午鷄聲 아니런들
깁히 든 一場 華胥夢을 어느 벗이 깨오리
(성 혼)
이 몸이 한가한 걸 보니 시절이 태평스럽구나
대나무 숲 깊은 곳에 낮 닭 울음소리 없었다면
깊히 든 좋은 꿈에서 어느 벗이 날 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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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한 봄바람에 꽃잎은 하염없이 지고 있다.
지나가는 자동차소리도 하나 들리지 않고 어디 하나 소리치는 사람도 없다.
시절이 태평하도다.
음...돈 버는 건 차치하고... ^^
성혼의 시조를 읽으려다 잘 모르는 것들이 있어 조사를 해본다.
먼저, 오계성(午鷄聲).
닭이 불빛에 민감하여 새벽에 주로 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인데, 우찌 한낮에 우는 닭 이야기를 했을까?
죽림 심처와 닭도 어울리지 않는데, 한낮에 우는 닭울음도 좀처럼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성혼은 남송때의 시인 범성대(范成大)를 떠올린 것은 아닐까?
그의 시 사시전원잡흥(四時田園雜興)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柳花深巷午雞聲(유화심항오계성) : 버드나무꽃 날리는 깊은 골목길 한낮 닭 울음소리
옛부터 한낮에 우는 닭은 미친 닭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이 흔하지 않은 것만도 아니었던 것 같다.
범성대의 싯구에서도 나타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서산대사도 한낮의 닭울음 소리를 듣고 확철대오(廓徹大悟)하였다고 하지 않던가.
저 닭이 왜 그 때 그 곳에서 울었는지는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다음은 화서몽(華胥夢)인데,
이건 도가(道家)의 경전 중 '열자(列子)' 의 황제편(黃帝篇)에서 왔다.
황제(공손헌원)가 어느날 낮잠을 자다가 꿈 속에서 화서씨(華胥氏)의 나라 놀러가서, 그곳에서 이상향 또는 이상국가를 발견하고 꿈에서 깨어나 그 도(道)를 펼쳐 천하를 잘 다스렸다는 이야기이다.
그 화서씨의 나라에서 본 것이 무엇이었냐고?
거긴 통치자도, 신분의 상하도, 연장(年長)의 권위도 없고, 백성들은 욕망도 애증도 이해의 관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도 초연했다고...
뭐, 꿈 이야기 이니까 따따부따 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고... ^^
그냥 꿈이 아니고 화서몽이라고 명시한 이유는 자나 깨나 성혼의 생각에 나라생각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냄이 아니겠는가.
시조해석에선 그냥 '좋은 꿈'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마치 대입참고서라도 쓰는 기분이다. ^^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겨서 같이 문제를 푸는 기분으로 떠들어봤으니 이해하시길...
세치 혀로 선동질만 일삼으며 억대 연봉을 받아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그냥 좀 잠시라도 대나무 숲에 들어가 다같이 낮잠을 주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화서몽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그냥 푹 주무셨으면 좋겠다.
그 다음 낮닭이 울 때까지... ^^
Bye Bye.
(20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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