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녹양이 천만사인들






綠楊이 千萬絲인들 가는 春風 잡아매며
探花蜂蝶인들 지는 곳을 어이하리
아모리 思郞이 重한들 가는 님을 잡으랴
                                  
                                                      (이원익)



푸른 버들이 천가닥 만가닥일지라도 가는 봄바람을 어찌 잡아맬 것이며
꽃을 찾는 벌과 나비일지라도 지는 꽃을 어찌하랴
아무리 사랑이 깊어도 가는 님을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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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도 가수 인순이의 가창력과 댄스는 알아주지만, 1978년 발표한 희자매의 1집 앨범에는 분위기가 제법 다른 노래가 하나가 들어있었다.
김소월의 시, 안치행 작곡의 '실버들' 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오랜만에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http://www.youtube.com/watch?v=xDGEWDTRh44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갖되이 실버들이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에
외로운 밤에 그대도 잠 못이루리


많이 비슷하지요? ^^
아마도 오리 이원익대감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나보다.
그의 시조가 무려 3,4 백년 후에 다시 대중가요로 힛트했으니...
네 번의 영의정에 청백리로 살아온 그의 가슴 속에도 때론 뜨거움이 있었나보다.
혹은 앗싸! 앗싸!! 하는 추임새라도 은근히 마음 속에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리오빠~^^)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다가왔는지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듯 하다.
사랑은 어차피 아련한 먼 기억 속의 색종이처럼 따스함으로 시작되고, 안온함으로 시작되고, 아름다움으로 시작되지 않던가.
혹은 누구의 싯귀처럼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사랑은 오지 않았던가.
떠나간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스라함에 있지 않던가.
기억은 흐릿할수록 신비함을 더해주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언제나 아름답기만 하다.

정작 걱정하고 힘들어 하고 원하지 않는 부분은 항상 마지막에 오는 법이다.

경험 많은 나도 겪었었고, 사회에 갓 첫 발자욱을 내딘 조카녀석도 겪었고,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우리 아이들도 겪을 일이기에 항상 헤어짐을 말하긴 참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리 대감 말씀처럼 그것이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가고... 오고... 또 가고...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 늘 그러 하기에 우리가 집착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인생이라는 대단원의 막은 결국 헤어짐이 아니던가.

얼마전 우리 교회의, 나와 동갑인 한 아주마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헤어짐은 마치 그런 것이다.
언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닥칠지 모르지만 헤어짐에 익숙해지고 순응하는 것이 살 길 아닐까? ^^
마음 아픈 이들에게 조병화 시인의 시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를 권해본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 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리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 일세

실은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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