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삿갓세 되롱이 닙고




삿갓세 되롱이 닙고 細雨中에 호믜 메고
山田을 홋매다가 綠陰에 누어시니
牧童이 牛羊을 모라 잠든 날을 깨와다
  
                                      
                                     (김굉필)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고 가는 비 맞으며 호미를 들어
산간의 밭을 매다가 나무 그늘에 잠시 누웠는데
목동이 소와 양을 몰고 지나가서 잠든 내가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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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어귀에 들어선 무길도엔 오늘 흩뿌리듯 이슬비가 내린다.
가는 비에 싱그러운 초색이 더해지는 이 맘 때쯤이면 막걸리와 따끈한 빈대떡이 생각나겠지만, 여기선 체면을 쪼금 차리면셔... ^^

아래층에 사는 Dottie 할머니는 비가 오는 덕분에 일광욕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옆집 Tony는 잔디 깎는 날이 아닌지 집안에서 잠잠하고...
건너편 목사님댁도 움직임 없이 조용하다.

베란다에 나가 앉아 나뭇가지에 걸쳤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릴 들으며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이 순간, 이 공기가 누군가에게는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만큼 상대적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또 이 때 이 순간이 다시 올 수 없기에 이 순간은 또 소중하다.
죽어라 일 하는 것도 나중을 위해 소중하지만, 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소중하지 않겠는가.
ㅋ~ 난 역시 한량이라는 것이 맞는 모양이다.

이슬비 맞으며 밭에 나가 호미질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일하다 잠시 노곤한 몸을 쉬고저 나무 그늘을 찾아 누울 사람도 있겠고...
소와 양을 몰고 풀 뜯기러 나가는 사람도 있겠고...
또 이 모든 장면을 보고 모듬고 다듬어 한 줄 시로 만든 이도 있겠고...
무엇을 하든 시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모양대로 돌아가며 째깍거린다.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어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트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날을 깨와다
                                         (유성원)

목동이 소양을 몰고 지나가는 소리에 잠을 깬 김굉필과 어부들 피리소리에 잠을 깬 유성원...
누구의 단잠을 더 망쳤는지 모르지만 그 어딘가로 퇴침이 날아가지나 않았을지 모르겠다.
대감마님, 소인이 나으리의 단잠을 망친 죄로 시나 한 수 들려 드리이까?
쩝... 그러려므나.
멀리 고려시대 정지상이 지은 송인(送人)이란 시조 올씨다. ^^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비가 잦아드는 긴 강둑에 풀빛이 짙어지는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님을 떠나보내는 남포에는 슬픈 노래가 구슬프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대동강물이 어느 때나 마를 수 있을까?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하여지는데...

그래서 무어..?
그냥 시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용~ ^^
(201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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