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어전에 실언하고



御前에 失言하고 特命으로 냇치신이
이 몸 갈 띄 업서 西湖로 차자간이
밤중만 닷드는 소릐에 戀君誠이 새로왜라

                                                       (구인후)


임금님 앞에서 실언하여 특명으로 물러가라 하시니
갈 곳 몰라 하다가 한강가 서호를 찾아갔다
밤중에 닻 드는 소리에 임금님 그리는 마음만이 새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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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特命)으로 내치시니...ㅋㅋㅋ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짐은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그리 아시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결심을 했다지 않소?"
"전하!"
"여봐라! 선전관께서 퇴궐하신다니 특별히 궐 밖까지 모시도록 해라."
"예이~"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예전에 우리 친구 S는 빈한한 생활 속에서 다섯명의 형제와 함께 자라났다.
생활고 속에서도 그들은 꿋꿋하고 씩씩하게 자라다보니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였다.
특히, 별 반찬 없이 밥만 고봉으로 올라오는 밥상머리에서의 경쟁은 더더욱 그러하였다.
젓가락을 암만 휘저어도 건질 거 하나 없는 멀건 된장찌게에 어쩌다 두부라도 뜨는 날에는 쇠숟가락 마다 살기가 어리는 날이었다.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 없이 정신없이 숟가락을 왕복시키다 보면 때때로 숟가락 부딪히는 금속성소리도 나고 그에 따라 긴장은 고조되어 가고...
그리고 누군가는 마지막 두부조각을 차지하여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되고...
"하엿차! 아무도 안드시네?"
"하랏차! 신이 내리신 마지막 축복!"
쨍!
숟가락 두 개는 두부 한조각을 양분하며 불꽃처럼 부딪히고 두 젊은이의 양미간은 급격히 조여든다.
둘째와 넷째와의 눈싸움에 다른 형제들도 밥 먹기를 멈추고 긴장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양보해라, 잉?"
"내가 먼저 잡았는데, 왜?"
"죽을래?"
맘 약한 넷째는 그만 눈물이 핑 돌며 두살 많은 둘째형으로부터 숟가락을 물린다.

"이놈 시키!"
둘째는 등으로 불 같은 통증을 느끼며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얼른 숟가락을 거둬 들였다.
부엌에서 숭늉을 가져오시다가 두 형제간의 대치상황을 목격한 어머니의 두툼한 손바닥이 소매 없는 런닝셔츠를 입은 둘째의 넓은 등에 불벼락처럼 내려친 것이다.
"못난 놈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싸워?"
지정학적인 위치 덕에 불벼락을 면한 넷째는 고소함에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흐른다.
그를 날카롭게 째려보는 둘째.
"이눔 시키가 아직도...! 너 숟가락 내려놓고 이리 좀 들어와라. 기도 좀 하자."

기도 좀 하자???!!!!!!!!!
그것은 S네 집안의 특명(特命)이었다.
독실한 신앙을 갖고 계신 S의 어머니는 조그만 쪽방을 따로이 마련하시고 그곳을 기도실로 사용하셨는데, 한 번 기도를 시작하시면 두 시간도 좋고, 세시간도 좋고, 네 시간도 좋고...
그곳에 한 번 특명을 받고 끌려 들어가는 날에는 성한 걸음으로 기도실을 벗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 시간, 네 시간을 무릎 꿇고 앉아 어머니와 함께 회개의 기도를 한 후 그들은 뱀처럼 두 다리를 질질 끌며 눈물로 문지방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그것이 여섯 아들을 별 탈 없이 길러내신 S네 집 어머니의 가정교육 비결이었다.

우리집 말 잘 안듣는 녀석들을 위해서도 특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너, 이리와. 두 시간짜리 기도!"
"네 이놈, 넌 네 시간짜리 기도닷!"
상상만 해도 즐거움에 몸서리가 쳐지는구나. ㅎㅎㅎ

가만, 근데 난 두 시간, 네 시간을 어떻게 버티지?... --;;



(201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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