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창이 발갓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쇼 칠 아희는 여틔 아니 니렷느냐
재 너머 사래긴 바틀 언제 갈녀하느니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가 우는구나
소 치는 아이는 여태 안일어났느냐?
언덕 너머 긴 이랑의 밭은 언제 갈려고 하는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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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상, 소 치는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등짝 한 대 철썩 얻어맞고 일어나베개에 눌린머리를 벅벅 긁어가며 하품을 쩌억쩌억 연달아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어서 일어나라고 성화인 어머니를, 무슨 급한 일이냐 싶은 표정을 해가며 곁눈으로 쳐다보며 사지가 뜯어지도록 서서서서서.... 기지개를 한 번 켜고서야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깨운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으로 문짝을 발로 걷어차며 섬돌로 내려서다가, 그집 주인 남대감과 정통으로 마주쳤을 것이다.
이놈아,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인제 일어난단 말이냐?
아, 예. 대감마님. 송구스럽습니다요.
재 너머 사래 긴 밭은 언제 갈려고 하느냐?
아, 예. 오늘이나 내일쯤 갈아볼려 하는뎁쇼.
이놈아, 게으르면 황소된다. 알겠느냐? ^^
예, 마님.
아침 산책을 하다 Blanket flower (Gaillardia Aristata 천인국) 꽃잎 속에 잠든 꿀벌을 발견했다.
아마도 엊저녁 늦게까지 꽃가루를 따다가 피로에 지쳐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한 듯...
엄마, 나 여기 Gaillardia 꽃밭이거등?
어, 왜 아직도 거기 있어?
쪼끔만 더 따고 갈려다 이젠 졸려서 도저히 안되겠어. 날개도 말을 잘 안들어.
그래도 어서 집에 와야지...
어깨가 너무 아파 집에까지 날아가지도 못할 것 같아. 나 여기서 쪼끔만...
뚝.
어제 저녁 꿀벌 해치의 핸드폰은 거기서 끊어졌으리라.
이녀석을 깨워? 말어?
죽은 줄 알고 개미들이 와서 끌고가려 하면 어떻한다지?
혹시 과로사한 것은 아닐까?
방정맞은 생각 끝에가느다란 풀잎 하나 주워 꿀벌 해치의 가슴을 간지르기 시작한다.
나는 간지럽혔는데, 녀석은 전봇대로 가슴을 마구 짓이기는 느낌일지도... --;;
여하간 조금 더 지나자 꿀벌 해치는 오그렸던 다리들을 하나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기 아니 일었느냐?
그가 실눈을 뜨며 날 쳐다본다.
재 너머 사래 긴......
죽을래? 잠 좀 자자. 응?
네.
얼른 풀잎을 던져버리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하여간 벌들은 무섭다니까... --;;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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