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草堂에 일이 없어 거믄고를 베고 누어
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트니
門前에 數聲漁笛이 잠든 날을 깨와다
(유성원)
집에 큰일이 없고 하여,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꿈에서나마보려 하였더니
문 밖의 어부들이 불어대는 피리소리가 날 깨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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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작자가 이야기 하는 태평성대는 세종대왕 때를 이야기 할 지도 모르지만...
모처럼 평일 하루 집에서 쉬려고 했던 샐러리맨들의 비애처럼도 들린다.
떠들어대는 아이들은 학교에가고, 아내는 시장에 갔다고 치자.
아-, 그동안 밀린 낮잠이나 한잠 자볼까나?
하고 따순 방바닥에 베개 하나 던져놓고, 이걸 왼쪽으로 벨까 오른쪽으로 벨까 고민할라 치면...
바로 그 순간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쓰레기수거차의 후진하는 소리, 엘리제를 위하여, "띠라 띠라 띠라 띠라리~"
수산시장에서 막 도착한 생선장수의 소리, "자- 생선이 왔어요~"
스피커 단 부부 과일장수의 코맹맹이 소리, "수우박! 차-미가 있쎼~"
마이크 없어도 아파트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세에에에타악!"
그리고 사방팔방 번개처럼 전진하는 배달의 기수, 50cc 오토바이소리들...
태평성대를 꿈에서나마 만나볼 챤스를 주지 않는다.
이리 이야기하면꼭 딴지거시는 분이 있다. ^^
그게 바로 태평성대의 소리라고...
하긴...
번잡한 삶 속에서 터져나오는 생활의 소리들...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것이 사람사는 소리들 맞다, 맞고요. ^^
그래도, 모처럼 쉬는 이들이 달콤한 낮잠을 좀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서울이라면 더더욱 좋지 아니할꼬? ^^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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