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눈빛
아침 햇살이 부채자락 처럼 펼쳐드는 숲을 간다.
꽃들은 기지개 펴듯 하나 둘 꽃잎을 연다.
밤새 잎새 끝을 꼬옥 오므렸던 나무들도 어흠! 하며 햇살에 몸을 내어민다.
안녕, 친구들...
덩쿨 속에서 로빈새가 주황빛 가슴을 펼치며 날아오른다.

바쁘게 한 주를 지내고 찾아본 숲은 그새 또 많이 달라졌다.
눈에 띄지 않던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난 것 말고도 모두 한 뼘씩은 자란듯 싶다.
좀더 가깝게 다가와 손 흔드는 친구들...
마치 도로변에 주욱 늘어서서손을 흔드는 환영인파의 모습이다.
이 숲길을 걸은게 불과 사흘 전인데 그새 또 새로운 모습이다.
모두들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들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삼 천 마일 밖의 아내는 web-cam 을 통하여 인사를 한다.
낯선 곳에서 혼자 잠은 제대로 자는지, 끼니는 찾아먹는지 궁금하지만 눈빛으로만 묻기로 한다.
아이들 학교는...?
아침은...?
점심은...?
저녁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아내는 용케 골라내서 질문을 한다.
그래도 여긴 세 명이 함께라서 나은 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에게 우리 하나 하나가 다 걱정덩어리다.

web-cam 덕택에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눈이, 그 표정이 안쓰러움을 더하게 만들 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아내 앞에서 까불어대는 아이들이 부럽게도 느껴졌다.
하기야, 아내를 보내던 날 이 두 십대들은 공항에서 눈시울 붉어지는 나의 어깨들 툭툭 두들기며 이렇게 말했다.
Be strong, Dad!
내 참 기가 막혀서...

예전에도 혼자서 여러번 걸었던 이 숲길이 오늘따라 쓸쓸하게 느껴졌다.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꺼내들며 숲으로 접어들 때만 해도 무덤덤한 마음으로 걷자고 했는데...
두어 시간을 걷는 동안 아내의 모습이 시야를 떠나질 않았다.
그래, 녀석들 말대로 Be strong 해야 하는 것이다.
아내도 나도 그리고 우리 두녀석들도...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말이다.

그 날, 예수께서 기도하시길,
아버지여, 이 잔을 내게서 거두소서.
...하지만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저만치서 로빈새가 종종걸음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매일 죽는 꽃들이 아침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숲의 밝은 기운이 내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web-cam 속의 아내가 먼 눈빛으로 웃고 있었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Breaking
by Emily Dicke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거나
한 괴로움을 달래 주거나
또는 힘겨워하는 한 마리의 로빈새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 헛되지 않으리라.
(2009.06.12)
(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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