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며느리는 웁니다


며느리는 웁니다







며느리는 스물넷에 시집을 왔다.
도회지에서 자란 며느리는 막내딸 귀염 담뿍 받아 살다가,
농촌운동의 꿈으로 까맣게 타버린 시커먼 청년의 
장장 네시간에 걸친 침 튀기는 열변에 넘어가,
낑낑대는 도라쿠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아득한 깡촌으로 시집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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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들 사이로 조막만한 태양이 떠오르고,
온 동네 사람들 서울에서 온 신부구경하고 있을 때
사고무친 며느리는 일주일을 울었다.
금이야 옥이야 섬섬옥수 손끝에 물 한 번 묻히지않았건만,
시동생 일곱에 수없이 많던 일꾼들...
금혼식 내일 모레 앞둔 지난해까지 시어머닐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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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며느리의 며느리는 말 잘하는 신랑의 꼬드김에 넘어가,
산 설고 물설은 곳까지 장장일만 이천 킬로를 날아갔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그녀는아이들과 남편을 위하여열심히 일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올 수 있음에 그나마 위안을 받으며,
그 며느리의 며느리는 언제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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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어느날,
며느리는 이역만리 먼곳에서 혼자 있을 며느리의 며느리에게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챙겨 소포를 싸보낸다.
며느리의 며느리가 좋아하는 한과 한 봉지...
암만 해도 너무 적은 것 같아 한 봉지 더, 한 봉지 더, 한 봉지 더...
진미오징어와 잰 김도넣고...
이거 먹고 그저 건강히 지내기를 기도하며, 
지팡이에 의지하여 더듬더듬 우체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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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는 호강스럽게도 점보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물어물어 며느리의며느리에게 날아왔다.
부피를 줄이느라 그랬는지 비닐봉투 마다 가득 가득든 한과에
며느리의 며느리는 목이 메이고 만다.
봉지 마다 한과마다 시어머니 사랑이 밥풀마냥가득 매달렸다.






<한과 먹고서>


추석도 없고
설날도 없는 이곳에서
마치 우주 한가운데서
마른 풀을 뜯어먹듯이 살던
내게

어머님이 한과를 보내셨다.
너무나 많이 보내셨다.
강냉이도 보내셨다.

보내신 상자에서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도록......

주셔도 주셔도
한이 없는
어머님의 사랑이
한과 하나하나에
가득 담겨있다.

철없는 며느리는
한과를 맛있게
주워먹다가
......

급기야
목이 멘다.

며느리의 며느리는 일기장에 이야기를 담는다.
어두컴컴하고 냉냉한 방 한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한과를 먹는다.
어무이...
밥풀 같은 눈물이 하나씩 뺨을 타고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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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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