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츄산이 석양을 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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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山이 夕陽을 띄고 江心의 잠겼는듸
一竿竹 빗기 들고 小艇의 안자시니
天公이 한가히 너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유자신)




가을산이 석양에 물들어 강물에 잠겼는데
대나무 낚싯대 비껴들고 작은 배에 앉았더니
하느님이 날 심심켔다 여기셨는지 (벗으로) 달을 보내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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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W와 L의 초대로 교회에서 열리는 점심식사에 갔다.
무슨 점심식사냐고 물으니무조건 자기네의 게스트로 와보면 안단다.

가보니 테이블마다 흰머리와 대머리들만 잔뜩 모여앉았다.
우리만 머리가 까맣고 젊은, 이 모임은 도대체 무슨 모임이란 말인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써빙하는 웨이츄레스들도 거반 흰머리 노인네들이고 제머리 색깔이 나는 사람은 두엇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테이블을 써빙한 웨이츄레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잔에 커피를 따라주었고, 딸딸딸딸 떨리는 유리접시에 몇개의 샌드위치 쪼가리들을 가져다 주었다.
가만 보니 샌드위치들도 몇 집에서 각자 만든 것을 모아서 일종의 모듬 샌드위치 메뉴를 만든 것 같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케더링 써비스를 이용할텐데...

There is no free lunch (공짜점심이란 세상에 없다)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하간 공짜라는 즐거운 마음과 초대해줘 감사한 마음으로 잘 준비된 home-made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래도 궁금하여 W에게, 이것이 어떤 성격의 점심모임인지 다구쳐 물었다.
W는, 심심한 노인네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웃을 돕기 위한 fund raiser (기금모금) 하는 행사라고 말을 한다.
친구들을 많이 초대하고 원하는 만큼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모금을 한다고 한다.

입구에 놓인 테이블 위엔 20달러짜리, 10달러짜리, 심지어는 100달러짜리 지폐들이 수북히 담긴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나올 때 L은 자기 부부와 우리 가족들을 위한 몫으로 수표를 한장 끊어 넣었다.
얼마를 썼을까? ^^
나도 아이들 보기에 눈치가 있어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지폐를 한장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
얼마?
그건 이야기 하지 않도록 하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 성경말씀도 있으니까... ^^

W와 L의 부엌 찬장 밑에 조그맣게 써놓은 글귀가 항상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에 온 힘을 다한다."

즐거운 점심, 감사한 점심이었다.

(201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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