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리 말리 하되 이 일 말기 어렵다
이 일 말면 一身이 한가하다
어지게 엊그제 하던 일이 다 왼 줄 알라라
(권호문)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것을 그만두기가 어렵구나
이것을 그만 두면 일신이 한가할 것이다.
아, 엊그제까지 하던 일이 다 틀린 것인 줄은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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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이라도?
아님,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는 니코틴 중독이라도?
그것도 아님... 게으름 부리는 것?
이 양반은 산림 속에 은거하며 한가하게 책을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것에 정통하신 분이다.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 이라는 시조집도 전한다.
진정한 한량이 되는 방법을 꿰뚫고 계셨던 듯... ^^
내게 남은 나쁜 버릇은 무엇이 있을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제 버릇 개 못준다...
세 문장을 쓰도록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내겐 나쁜 버릇이 없나보다. ^^
무길도에 바람이 차고 달빛이 냉랭하더니만, 기어코 첫눈이 오고 말았다.
성가를 마치고 본당을 나가던 어린이 성가대의 탄성 소리를 시작으로 해서, 머리에 이미 하얗게 눈 내린 노인네들도 자꾸 창밖을 기웃거리며 수근거리길래 무엇인가 했더니 탐스런 눈발이 바람을 타고 비스듬히 떨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설교도 보통 때보다 짧아지고 나머지 순서들도 덩달아 짧아지더니...
급기야는 마지막 축도와 함께 남녀노소 할것 없이 모두 다 현관으로 몰려나가 내리는 눈을 즐겼다.
할머니들 주름진 눈골 사이에 눈물이 눈처럼 녹아 어릉거렸다.
바깥으로 뛰어나간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부끼는 눈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 녀석, 입을 벌려 떨어지는 눈송이를 받아 먹는 녀석, 그새 잔디 위에 제법 쌓인 눈을 뭉쳐 친구에게 던지는 녀석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첫눈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변함이없어보인다.
둘째 녀석은 지프락 봉지에 눈을 담아 냉동실에 넣어놓았다.
녀석은 첫눈이 올 때마다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데, 이것도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예를 들자면,아지랭이 필때까지 녹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지나? ^^
헤헤, 이건 손톱 끝에 물들인 봉숭아 이야기에서 본따온 것이다.^^
요즘은 봉숭아 물들이는 사람도 잘 못봤거니와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이것도 습관이더구만... ^^ (뭐, 버려야 할습관은 아니더라도...)
창 밖으로 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바려야 할 습관들을 하나씩 꼽아본다.
과식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편식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잘난 체 하는 습관을 버려야한다.
오지랖 넓게 끼어드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
아아, 이거 나쁜 버릇들을 쓰다보니 한도 끝도 없다.
그리고 자꾸 리스트가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비참해진다.
내가 그리도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었던가? 하고...
(2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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