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핑 도는 날

아마 나는 아직도 그렇게 여린가보다.
즐겁게 산길을 걷다가도,
아름다운 봄꽃을 보다가도,
솟구쳐 날아오르는 개똥지바퀴 소리에도,
꺄르륵 웃어버리는 어린 아가의 얼굴에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보면...

불혹(不惑)이 지나고 지천명(知天命) 을 바라볼 나이에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내 생에 남은 미련이 아직도 많은 탓일까?
아니면,
벌써 마음만 저만치 앞서 달려가
다시 환갑(還甲) 되어 어려진 마음 탓일까?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떨리도록 아름다움에,
눈이 시린 하늘로 쭈욱 쭉 뻗어주는 건강함에,
알싸하게 향기로운 그 싱싱함에
나는 또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만다.
귓가에 희끗한 머리색이 비치는 이 나이에
주책스러워 보이지는 않을런지......

하지만 하나님은 해도 너무 하셨다.
그 치열했던 여름 녹음을 주시고,
그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주시고,
그 위대한 설산 겨울을 주시고,
이제 또 이토록 화사한 봄을 주시니 말이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느낄 수 있는 건강한 육체와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천진한 마음을
내게 허락하셨으니 감사할 일이다.
이것이 또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연유가 된다.

눈물이 핑 도는 것이야 나의 여린 맘 탓이라 해도,
아름다움이야...
감사함이야...
살아있음으로 받는 축복이야...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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