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눈산에 빠지다


눈산에 빠지다




녀석들의 성화가 심하다.
...해서 봄방학 기념으로 우리 동네 뒷산(?)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가만 있자...
쓸만한 카메라는 많이 있는데, 마땅한 렌즈가 달린 친구가 별로 없다.
최선의 선택으로 Nikon F100 에 200mm Nikkor 를 끼우고 책상 위에 있는 Reala ASA100 한 통을 쥐었다.




우리가 사는 곳, 무길도 근처는 비가 많은 지방으로 유명한데...
산 이름은 "비 더 많이 옴" 인걸 보니 여기도 상당히 비가 많이 오는 듯... ^^
멀리서 바라보니 "비 더 많이 옴" 산은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몇일 전 봄비가 제법 내렸는데, 아마 이곳은 고도 때문에 눈이 내린 모양이다.
아내와 녀석들의 환호성으로 차가 기우뚱 기우뚱--
"어허, 운전 좀 하자!"
말이 먹힐 나이들이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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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끝에 엊혀있다가 따뜻한 햇살에 녹아 떨어지는 눈덩이들에 차 지붕이 뚫리는 줄 알았다. 
산길로 들어서는데 산지기들이 눈사태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를 당부한다.
하모요... ^^
나무들, 나무들, 눈 나무들.......
아, 이럴 때 Finlandia 라도 들으면서 가야 하는건데... --;;
그래도, 하여간 여기서부터 멋진 광경을 잡았다가 보여드리기는 하지만서도, 그 전에 고백 내지는 사과의 말씀을 먼저 올린다.





부리나케 나오면서 끼웠던 Reala 필름이 카메라 수리시 쓰는 실험용이었다!!! --;;
이 시점까지는 무길도 한량도 그걸 모르고 마구 찰칵 찰칵...으 --;;;
산에서 내려 오자마자 1 hour photo 로 달려가 나온 결과는...?
집안 곳곳이 잘 투영된 모습의 이중촬영 사진들의 백미!
그래서...할 수 없이 cut cut cut & ...
지금부터 보시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쪼가리 사진들입니다. --;;





아무 것도 모르는 무길도 한량과 그 일파들의 즐거움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더라.
"아아, 감동이야, 감동..."
을 연신 반복하는 아내.
"아빠, 찍었어? 찍었어?"
꼭 두 번씩 다그쳐 묻는 첫째 아그.
하늘 보고 산 보고... 뭔가 생각하다가 혼자 쫑알쫑알 대는 둘째 아그.
무길도 한량?
촛점 맞추느라 찡그리고 찡그려서 왼쪽 눈가에 주름이 대여섯배는 늘었다카더라... ^^





장대한 눈산의 위엄 앞에서,
또 그에 동반하며 서있는 겨울나무들의 아름다움.
아, 우린 참 lucky 했다.
우리 van 보다도 높이 쌓인 눈 옆에서 포즈를 잡아보며, 즐거운 경험을 만끽했다.
겨울이었다면 이곳은 도로가 차단되고 와보지도 못했을텐데...
4월의 눈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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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런 사실을 예상한 사람들은눈신발을 챙겨 신고 snow tracking 에 나섰다.
삼삼오오 모여서 장비를 점검하고, 썬블락 로션을 바르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하고...
휘파람과 함께 하얀 눈을 뚫고 산을 헤쳐나갔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순백의 설원...
크리스마스 카드를 장식할 만한 수 십 미터 높이의 눈 덮인 나무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같이 즐거움이었다.





"비 더 많이 옴" 산을 지키는 단층 오두막은 눈에 깊이 잠겨 처마만 남아있다.
집채만한 snow blower 들은 쉴 새 없이 도로로 부터 눈을 불어내어 조금씩 조금씩 통행가능한 구간의 비율을 높여나가고 있었다.
얼음이 아직 덜 녹아 통행이 위험한 곳엔 산악경찰들이 안전운전을 계도했다.
모두모두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기분이었다.

점심거리를 준비하지 않은 우리는 적당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던 첫째 아그의 배를 째려보며......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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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무길도를 방문하실 우리 부모님.
특히 30여년 전에 겨울 설악산 종주를 하신 적이 있으신 아버지.
이 아름다운 눈산에 모시고 올 때까지 이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세월에 무뎌진 당신들의 가슴에서 감동으로 인한 감탄이 터져나오길 고대해본다.

무길도 한량도 제대로 된 필름 챙겨들고, 다시 찰칵거리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실수는 줄어야 할텐데....
아, 난 왜 그런지 몰라... --;;;

(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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