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春山의 불이 나니 못다 픤 꼿 다 붓는다
져 뫼 져 불은 끌 믈이나 잇거니와
이 몸의 늬 업슨 불이 나니 끌믈 업서 하노라
(김덕령)
봄이 온 산에 불이 나니 채 피지 못한 꽃들도 다 불에 탄다
저 산의 저 불은 끌 물이라도 있지만
내 몸의 연기도 없는 불길은 끌 물조차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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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공 김덕령은 백전불패의 의병대장이었다.
담양에서 3000의 의병으로 일어나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27세에 전국의 의병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역모에 연루된 것으로 모함된 끝에 향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를 한다.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기록한 곳도 있지만, 20여일간고문을 당하고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리라...
우리의 고문방법 중 독하디 독한 것들이 좀 많지 않았던가?
인두질이며, 주리를 틀고 곤장질을 하며......
19금 판정 받기 전에 그만 이야기 해야겠다.
위의 시조는 죽음을 앞두고 옥에서 지었다는 '춘산곡(春山曲)'으로 알려져 있다.
억울함으로 인한 마음 속의 불길인가?
아니면 국태민안을 앞에 두고 낙마하는 젊은 장군의 안타까움의 불길인가?
젊은 나이에 잘 나가는 거 보면 가만두질 못하던, 못된 세상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박수쳐주고 격려해주는 풍토가 생겼... 는지 모르겠다. ^^
송강의 제자 권석주 라는 사람은 김덕령장군의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그의 꿈에서 김덕령장군은 취시가(醉時歌)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취가정에 이 취시가가 걸려있다고 한다.
한 잔 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듣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나는 꽃이나 달에 취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공훈을 세우고 싶지도 않아
공훈을 세운다니 그것은
뜬 구름 꽃과 달에 취하는 것
또한 뜬 구름 한 잔 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노래 아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내 마음 다만 바라기는
긴 칼로 맑은 임금 받들고자...
눈 아래로 보이는, 그의 시호를 따서 이름한 광주 충장로가 일제시대엔 일본상권으로 북적거렸다는 것이 또 하나의 아이러니이기도하고...
광주의 보름달이 그의 충절 만큼이나 밝을까?
(20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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