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개를 여나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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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여나믄이나 기르되 요개 갓치 얄믜오랴
뮈은 님 오며는 꼬리를 홰홰 치며 칩뚜락 나리뛰락 빈겨서 내닫고
 
고온님 오며는 뒷발을 버둥버둥 므르락 나오락 캉캉 지져셔 도라가게 한다
쉰밥이 아모리 그릇그릇 묵은 들 너 녀길 줄이 이시랴

                                                                                             
                                                                                     (무명씨)



개를 열마리 남짓 기르지만 요녀석 만큼 얄미운 개가 없다.
미워하는 사람이 오면 꼬리를 마구 흔들며 올리뛰고 내리뛰며 반겨 달려들고,
좋아하는사람이 오면 뒷발을 버둥버둥 뻗대고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캉캉 짖어 쫓아낸다
쉰밥이 아무리 그릇그릇 넘쳐난다고 해도 널 먹일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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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장수는 골목 어귀에 앉아 따뜻한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은 하얀색, 연한 누런색, 검은색의 연하고 부슬부슬한털들로 뒤덮여 보리박구 안에서 장난노는 녀석들에 눈이 혹했다.
강아지장수의 눈치를 보며강아지 등을 슬쩍 쓰다듬어보는 녀석도 있고, 또르르 말린 꼬리를 슬몃 잡아당겨 똑바로 펴보는 녀석도 있고, 강아지 입에 자기 손바닥을 갖다대 혓바닥으로 핥게 만드는 녀석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아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강아지장수의 무릎 위에 한마리 쯤은 얹혀있기 마련이다.
"한번만 안아봐도 돼요?"
"그래, 안아봐라."
아저씨로부터 강아지를 받아들은 아이는 세상에 가장 소중한 보물을 안아들듯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사랑이 듬뿍 담긴 얼굴로 행복해했다.
선택받은 아이의 얼굴 위로 모든 아이들의부러워하는 눈빛과 탄성이 쏟아졌다.

"자자, 갖고싶은 사람은 가서 어머니 모시고 와라. 삼천원이면 된다."
아저씨는 아이의 품에서 강아지를 빼가며 아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앞줄의 아이들이 아쉬움 담긴 한숨과 함께 일어서 물러나오면, 그 뒤에 서있던 아이들이 또 재빨리 그 공간을 차지하며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강아지들은 또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우리집도 개를 키우곤 했다.
럭키, 바크, 쫑, 아롱이, 길동이, 길순이, 정자 등등 여럿 있었지만,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마지막을 장식한 녀석은 길순이였다.
삽살개 잡종인지 꼬부랑꼬부랑한 털을 가진 녀석은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했기에 우리 가족 모두의 기억에 남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100 미터쯤 떨어진 골목 입구에 아버님의 차가 들어서면 펄쩍펄쩍 뛰며 좋아라 짖어대던 녀석.
할머니가 녀석의 집 앞을 지나갈라치면 두 앞발로 할머니 다리를 끌어안고 놓질 않던 녀석.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멸치된장찌게를 너무나 사랑했던 녀석.
아이들이 남긴 짜장면을 별식으로 남김없이 해치우던 녀석.
사탕을 주면 두 발로 비닐껍질을 잡고 속 안의 사탕만 빼먹을 줄 아는 녀석.
바퀴벌레를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두 발로 이리 막고 저리 막으며 괴롭히던 녀석.
자기보다 훨씬 나이 어린우리 아이들이 까불어도 점잖게 바라만 보는 녀석.
그리고, 도둑이 왔을땐 무서워서 자기집에서 조용히 있었던 녀석.

지금은 이미 저 하늘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면 꼭 한 번 친구처럼 막걸리 한잔 같이 하고 싶은 녀석...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해주는 이곳에 와보니 녀석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는 것 같다.
오늘은 오래된 비디오를 꺼내어 녀석의 모습을 함 보고 싶다.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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