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言忠信 行篤敬하고 酒色을 삼가하면
내 몸의 병이 업고 남이 다 니르리니
行하고 餘力이 잇거든 學文조차 하리라
(성석린)
말은 충실하고 믿음직하며 행동은 독실하고 조심성이 있으며 주색을 삼가하면
내 몸에 병이 없고 또 남들이 다 나를 귀감으로 일컫게 되리니
언행을 그리 한 후에 여력이 있으면 학문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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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보다도 인격수양이 앞선다는 말쌈. ^^
논어(論語)에 나오는 구절을 이용하여 시조를 지었다.
원문을 보면,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 (언충신 행독경 수만맥지방 행의)(말이 충성스럽고 미더우며 행실이 돈독하고 조심성이 있으면 비록 오랑캐 나라에 가서도 행세할 수 있으나)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 行乎哉(언불충신 행불독경 수주리 행호재)(말과 행동이 그러하지 못하면 자신의 마을에서도 행세하지 못한다)
언행이 조신하고 주색을 삼가한 후 여력이 있으면 학문도 하리라...
고등학교 때 우리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국어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꼿꼿하시길 대나무처럼 하시고 항상 언행일치를 통하여 한그루 소나무처럼 늘 푸르른 선생님 이셨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만큼은 자애로운 어버이의 모습이셨다.
결국 땡전시대에 이르러 시범케이스가 되어 가장 먼저 잘려나가셨지만, 그 마지막 날까지도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시면서 강의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겨울방학 보충수업 중 학교 앞에서 라면을 느긋하게 사먹고 30분 늦게 수업에 들어온 무길도한량을 보면서 껄껄 웃으시던 선생님...
"어디서 무엇을 하다 이제 왔는고?"
"죄송합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3교시 후가 점심시간인 줄 알고 라면 한그릇 먹고 왔습니다."
"그래? 꼬들꼬들한 면발에 뜨끈한 국물맛이 좋았겠구먼?"
"예."
"그래, 어느집 라면이 제일 맛있나? 나도 점심으로 떡라면이나 한그릇 해야겠는걸...?"
창피해서 얼굴 빨개진 무길도한량의 등을 두어번 토닥거리며 자리에 앉히신 선생님,
"자-, 아직도 내 강의는 15분이 남았으니 또 열심히 해보세."
한번은 에세이를 하나씩 써오라는 숙제를 내신 적이 있었다.
평소엔 워낙에 숙제를 내주신 적이 없던 터라 모두 다 제법 정성들여 한두장씩 써온 듯 했다.
"안써온 사람?"
저 앞에 앉은 안경잡이 J가 슬금슬금 한 손을 똑바르게 들어올렸다.
"잊었는가?"
"아니요. 언충신 행독경 후 여력이 있거든 학문을 하라고 하셨기에 피곤해서 그냥 잤씀다."
선생님은 두눈을 가늘게 하시고 J의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보시듯 쳐다보셨다.
"하하, 자넨 영락없이 국어선생 감이로구만..."
그 친군 2년 후 정말 사범대 국문과로 진학을 하였다.
지금도 생존해 계신다면, 그 분은 평소에 항상 말씀하셨듯이 고향마을에 글방 하나 짓고 그동안 모아둔 수만권의 장서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내고 계실 거라고 나는 믿는다.
독재의 강을 건너며 항상 읊조리시던 푸쉬킨의 싯구와 함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 (후략)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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