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길도 작은바다

무길도 앞에는 작은 바다가 있다.
그곳은 앞섬을 향하는 여객선의 굵직한 뱃고동 소리와 끼룩끼룩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의 분주함이 어젯밤 꿈처럼 아련하고, 유난히도 푸르른 하늘 아래 투명한 바닷물은 찰싹 차알싹 조약돌들과 가볍게 희롱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때로 고래나 물개가 유유히 헤엄쳐 지나가기도 하는, 살아 숨쉬는 바다이기도 하다.

이 서늘한 작은 바다에 진한 눈물 보탠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조약돌을 집어든다.
있는 힘껏 저 끝 바다로 날려버리며 가슴을 털어버린다.
돌 하나에 설움과
돌 하나에 분노와
돌하나에 아픔을 담아
한 뼘이라도 더 먼 곳으로 떠나보낸다.

그러면 조약돌은짊어진 삶의 무게로 바다 깊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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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푸른 바다 밑에 성황당 돌무더기를 쌓아올린다.

오늘 바다를 앞에 두고 아내는 아버지를 불렀다.
어느날 갑자기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가신 아버지를 불렀다.
그녀는 아버지가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리라 믿고 있다.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시죠?
무심한 바다 물결만 바위에 철썩인다.

저녁 무렵, 우리는 다같이 둘러앉아 돌아가신 그 분을 회상했다.
아내가 당신께서 어떤 분이셨는가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각자 마음에 남겨진 외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내가 또 장인어른과의 기억 한 웅큼을 끄집어내 아이들에게 들려준 후,
우리는 그 분이 좋아하시던 음식을 같이 나누었다.
바다를 참 좋아하셨는데...

해변의 조약돌을 하나 집어올린다.
별 특별한 모습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군청색 돌이다.
의외로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내가 너를 던진다.
아직도 안정되지 못한 우리 생활에 대한부담감을 담아본다.
내 팔매를 떠난 조약돌은 잠시 동안의 비행을 마치고 바로 바다로 뛰어든다.
물 몇 방울 튕겨낸 바다는 다시 아무 말이 없다.

(20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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