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가 익을 무렵

포도가 익을 무렵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삐노느와(Pinot Noir), 시라(Syrah), 메를로(Merlot), 가메이(Gamay)...

리즐링(Riesling), 샤도네이(Chardonnay), 슈넹 블랑(Chenin Blanc)...

갑자기 웬 혀 꼬부라지는 소리들을 늘어 놓았을까? ^^
한국판 위키백과에서 '포도' 를 찾으니 나타난 포도의 종류들이다.
위의 것들이 적포도주용, 아랫것들이 백포도주용.





아닌게 아니라 뜨거운 7, 8월은 과일들이 한창 당도를 더해갈 때이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꿈꾸며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으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1951년 대구극장 콩쿨대회를 통해 데뷔한 가수 도미의 최고 히트곡엔 이런게 있다.

청포도 사랑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어여쁜 아가씨 손잡고 가잔다

그윽히 풍겨주는 포도향기
달콤한 첫사랑의 향기

그대와 단둘이서 속삭이면
바람은 산들바람 불어준다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그대와 단둘이서
오늘도 맺어보는 청포도 사랑





이 노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1964년 상영된 신상옥 감독의영화 '빨간 마후라' 에는 공군조종사들이 포도나무 넝쿨 아래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포도순 치기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포도밭에 심겨진 포도나무들의 높이는 꼭 우리얼굴 높이 정도로 유지하기 때문에포도밭 데이트를 노래하는 이유는...
에, 각자의 짐작에 맡기기로 한다.^^





여하간 7, 8월 동안 잘 익은 포도는 9월부터 수확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특히 보졸레(Beaujolais) 지방에서 9월에 새로 (Nouveau) 수확한 가메이 포도를 2개월간 숙성시킨 후,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판매를 시작하는 보졸레누보는 수확시기를 중요시 하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도주는 역사가 참 깊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기록문인 로제타스톤에도 포도주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또 창세기에보면, 노아가 홍수를 겪고 방주에서 내린 후 포도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고 취하여 실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항상 문제지만... ^^
그렇다고 포도주 자체를 금하지는 않았다.
옛날부터 유명한 와인은 대부분 수도원에서 생산되었으니까... ^^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 밤,제자들의 잔에 포도주를 부어 주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나의 피니, 너희 모두는 이를 마셔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하고 이와 같이 행하여 자신을 기념하라 하셨다.





하여, 그 이후 포도주는 품격 높고 경건한 제식용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겠지? ^^
"오늘의 성찬은 어제 막 도착한 보졸레누보를 이용하겠습니다."
이런 상상을 한다면,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있는 나쁜... ^^

잘 익어가는 포도를 보니 별의 별 상상을 다하는구나, 한량 같으니라구... ^^
가만있자......
지난 번에 집사람이 포도주를 한 병 사는 것 같았었는데...
뒤적 뒤적...

아하!
... 근데, 이건...?
2006년 프랑스산 Carbernet Sauvignon
요리용으로 산 모양인데... 
맛이나 한 번 봐줄까? 말까? ^^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