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창가로 봄꽃이 지다




창가로 봄꽃이 지다





마루로 난 쌍창 위로 그림자가 설핏 어렸다.
게 뉘시우?
미닫이 쌍창을 드르륵 열자노오란 햇볕이 우르르 방안으로 쏟아져 내린다.
봄빛 받아 한 자나 발돋움한 나무들이 가만히 손을 흔든다.
꽃들이 지고 있었다.
눈부신 하늘가로 꽃들이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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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鶴)으로 산들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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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習性)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손 흔들던 기억(記憶)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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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 박인환(朴寅煥)詩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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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녀린 무게들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제 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미닫이를 붙잡고 선 팔이 떨리는 것은 차가운 이별의 손짓 때문이 아니다.
내 눈가에 얼비치는 찬란한 햇빛의 착각일 뿐이다.
바람이 떨어진 꽃잎들을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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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순간은 짧을수록 좋은 것.
이렇게 간다고 잊혀지는 것은 아니야.
준비 없이 다가온 이별이라고 울 수도 없다.
허물어져가는 심정에 봄꽃들은 스스로의 완전함을 잃는다.
더 기운 찬 모습으로 얼굴 내미는 여름꽃들에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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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에 여린 꽃잎들은 어지러이 부서져 내리고,
내 마음은 창가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어쩔 줄을 모른다.
차라리 마른 하늘에 소나기라도 쏟아지라지.
하릴없이 애꿎은 날씨만 탓해 본다.
이젠 갈 때가 된 것 뿐이야...

창가로 봄꽃은 지고, 내 마음은 울고 있다.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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