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
우리집 앞 나무 가지 위에 까마귀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동안 인터넷도 잘 연결이 안되서 처량하기도 하고,
한동안 공사다망으로 무지하게 바빴던 관계로 컴퓨터 자판 두드리지 못하던 사이,
언제부터인가 굵은 가지 갈라진 틈에 가느다란 나뭇가지 몇 개씩 올려놓았다.

아내는 6년여를 준비하고고대하던 숙원사업을마침내 이루어냈다.
일터에서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온 어느날,
화장실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며 길었던 하루를 정리하려는 차에
뒤따라 들어온 아내는 다짜고짜 내 머리를 끌어안고 소리나지 않게 울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나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한 장의 편지를 보게 된다.
"Congratulations! ..."
로 시작된 그 편지의 내용은 그녀가 설움 속에 인내했던 6년의 시간을 보상하는 것이었다.
칠순을 목전에 두신 부모님을 떠나올 때의 미안함과 어려움 그리고 슬픔.
우리 결정의 잘잘못 따지지 않으시고, 그저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시던 부모님.
깊이 깊이 싸넣었던 6년간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북받쳐 올랐다.

지금까지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함도 다 표하지 못하였는데...
그에 또 넘치도록 부어주시니 그 감사함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6년 전, 내가 식솔을 거느리고 떠난 후,
동생이 적적해 하실 부모님을 걱정하며보낸편지에 당신께선 이렇게 답장을 주셨다.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딸 OO이로 부터 편지를 받고 흐믓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읍니다.
아빠에 대한사랑과 염려가 가슴에 저려오는 전율같은 뜨거움을 느꼈읍니다.
뜨거운 여름날 나무 그늘 밑에 불어 오는 산들 바람이었읍니다.
어느새 우리 OO이가 아빠와 엄마를 걱정할만큼세상을 사는 가슴의 여유로움을 갖게 되었음을 볼때 감사합니다.
오빠의 떠남이 아빠의 마음속에 남겨진 여울을 바라보면서
아빠의 담담한 표정에 감추어진 내면을 걱정하여준 사랑에
감사합니다.
나는 오빠가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하여 혼자서 고민한것을 알고 존중 합니다.
물론 나보다는 그가 더 외롭게 밤잠을 뒤척였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저 남에게 강요하거나 페를 끼치지 않는 한 자유로운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만 생각 합니다.
아빠와 엄마는 둘이서 조용할 뿐 외롭지는 않다고 말 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주위에 가까운 곳에 세 딸과 다섯 손녀가있읍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하나님이 계심을
감사하며 살것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
나의 할일과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리지 않고 뚜벅 뚜벅 걸어서 .
언제 어데서나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 것입니다.
아빠는 아직도 엄마에게 기사도 정신으로 그 옆에 서 있읍니다.
아빠는 아직도 엄마에게 기사도 정신으로 그 옆에 서 있읍니다.
비록 멋대가리 없지만......
이만
이만
아빠가 사랑하는 둘째 딸 oo이에게 난생 처음으로 편지를 쓰다.

은회색 하늘이 아름다운 무길도엔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를 피하러 갔는지 까마귀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비가 그칠 즈음 까마귀들은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씩 돌려얹고, 자신들의 가슴팍에서 가장 부드러운 깃털을뽑아그 안쪽을 따뜻하게 엮어낼 것이다.
그리고 어린 녀석들을 위한 최고의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부모님들이 그러셨던 것 처럼...

(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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