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은 가지 끝에
어젯밤 불던 삭풍은 가지 끝에남아 있고
호숫가엔 사람의 발자욱 마저 사라졌다.
흩뿌리는 얼음장 같은 겨울비
앙상한 나무들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태양마저 빛을 잃은 겨울나라에는 맥박이 느껴지질 않는다.
때때로 불어대는 찬 바람에 움찔대는 나뭇가지들 소리만 음산하다.
어.머.니...

높다랗게 솟았던 그의 기상도 회색 하늘에 빛이 바랬다.
그 여름날엔 저 파란 하늘에 건강한 나의 잎새들로 그림을 그렸었는데...
많은 새들이 내 품에서 즐겁게 노래하며 쉬어가곤 했다.
노란 태양빛이 부채살처럼 퍼지던 그 날의 오후가 그립다.

William Shakespeare 는 겨울을 이렇게 조롱했다.
Blow, blow, thou winter wind.
Thou art not so unkind
As man’s ingratitude;
Thy tooth is not so keen,
Because thou art not seen,
Although thy breath be rude.
(from As You Like It)

하지만 나무는 말이 없다.
호수는 펜이 없어 동장군에 대적할 수 없다.
그들에겐, 겨울오리의 무례함을 참아내는인내만이 있을 뿐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파란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환호성.
공원을 정신없이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먼 녹색의 전령이 어른거리는 아지랭이의 미소처럼
노오란 태양빛은 다시 그들의 어깨 위에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높다랗게 올라앉은 풍향계는
딸깍, 하고 방향을 바꾸게 될것이다.
차가운 정월 아침, 따뜻한 마음으로 호숫가 나무들을 위문했다.
(200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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