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四月)에
사월(四月)에,
드디어 우리 부모님께서 오셨습니다. ^^
꽃그늘 깊어진 무길도에 우릴 찾아 오셨습니다.
만면에 웃음을띄우시고, 하나도 힘들지 않으신척 하시며 오셨습니다.
내일 모레면 희수(喜壽)를 바라보실 연세에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습니다.

우리 내외와 아이들은 큰 절을 드리고,
당신들께서는 그간 밀렸던 세뱃돈을 주셨습니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예뻐해 주셨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자랑거리 보여드리느라 바빴습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온유한 할아버지 할머니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지난 가을 할머니 초상치루신 이야기는 한 다섯번 말씀하셨고,
누나네 작은 아이 대학교 들어간 이야기를 한 서너번 말씀하셨고,
동생네 딸내미가 예술고등학교 합격한 이야기를 또 한 서너번 말씀하셨고,
매형의 명예퇴직과 그에 이은 대학출강을 즐겁게 두 번 말씀하셨고,
매제네 회사의 번창함을 연달아 두어번 말씀하셨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되고 계속되었고, 반복되고 반복되었지만,
우리는 하나도 지루해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결말을 또 여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러면 또 두 분은 신이 나셔서 서로 이야기를 재촉하셨습니다.
낮이 낮인지, 밤이 밤인지도 모르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집사람은 부엌에 서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무길도한량은 운전대 뒤에 앉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방 보다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웃음이 늘었습니다.
집안이 훈훈한 사람의 온기로 가득찼습니다.

옆에 계신 때만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일의 이별은 치워두고, 오늘의 행복만을 기억하려 합니다.
부디 계신 동안 한 올 만큼의 걱정이라도 덜어드렸으면 합니다.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으면 하고 간구합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간구합니다.

(200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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