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하며 살아가기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참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직장 마다 감원바람이 불어 어제까지 멀쩡한 사람들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마냥 쓸어내가기도 하고, 몇일 전 내게 따뜻한 햄버거를 만들어 주었던 이웃 가게를 하루 아침에 문 닫게 만드는 그런 시절이다.
혹자는 IMF 시절 보다 더 심하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런 와중에 나는 사치하며 사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나도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벌어서 돈 달라는 곳 다 주고, 먹을것 사고... 그리고 수지를 맞추면 그건 성공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에 편승하여 약삭빠르게 투자를 한 죄로 인하여, 그 성공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쓰지 않아도 금고는 비어있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사치하며 사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사치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보자.
기름값이 지난 달에 비해 10% 내렸다. (이런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가정하자.^^)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주생필품의 일부를 10% 세일가격에 구입했다. (이런 가능성은OK)
그리고 취미생활을 통해 얻어진 이익이 있다. (흠-)
나 같은 경우는 카메라수리가 되겠지만... 그냥 공원에서 목을 추욱 늘어뜨리고 산보하다 동전줍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니까 취미생활도 돈 되는 취미생활이 암만해도 더 좋겠다.^^
별로 액수가 크지 않다면, 원하는 액수가 될 때까지 굶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의 단식은 장을 완전히 비워주므로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눈 앞에 별이 보이지만 않는다면, 비칠비칠 쓰러질 정도만 아니라면 그것을 즐겨야 한다.
어차피우리 대부분은 약 20%의과체중을 짊어지고 살고 있으니까...^^
아니면 메뉴를 조금 줄여보자.
삼선짬뽕 대신 보통 짬뽕으로, 갈비탕 대신 순두부찌게로, 스타벅스 대신 자판기 커피로...

자, 이제 얼마간의 돈은 마련되었으므로~^^
약간의 사치를 통해 우리가 수도사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량없는 측은지심을 발동하게 되고, 끝내는 걷잡을 수 없는 자포자기 상태까지 몰고갈 지도 모른다.
또, 안팎에서 가장에게 쏟아지는 눈칫밥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십대의 딸들을 가진 집이라면 그 느낌은 더더욱 강렬하게 압박하여 올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치를 할 것인가?
첫째는산책을 자주 하는 것이다.
시간이 주어질 때 마다 고궁으로, 공원으로, 근교로 손에 손잡고 산책 나가는 것이다.
간단한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교통은 자가용에겐 휴식을 주고 아까 벌어들인 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한다.
우리의 작은 돈이 실직 위험에 처한버스 운전사를 구해낼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여유있게 휘파람 불면서 사진 찍으며 한 바퀴 휘 돌아오는 것은 이 불황에 얼마나 사치한 것인가?
둘째는 정해진 시간 동안 충동구매를 하는 것이다.
어떤 가정에서는 꼼꼼히 적은 쇼핑리스트 외에 장바구니에 담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다.
하지만 충동구매 없는 쇼핑은 난이도8 정도의 고문코스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근처를 둘러보고 땡처리하는 마트나 천냥 하우스, 이런 곳들과 친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어느 날 하루를 잡아 시간을 정해 놓고 뛰어드는 것이다.
오라, 지름이여. 가자, 땡마트로!
잠깐, 돈은 가외로 번 만큼만 허용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첫번째도 두번째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낌없이 누군가를 위해서 선물을 하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 아니면 그를 위해서... 아니면 나를 위해서...
그녀를 위해 마카다미아 쵸코렛 한 박스를 덜컥 산다든지, 또는 예쁜 꽃 한송이를 산다든지...
나를 위해서는...?
카메라 수리에 꼭 필요하지 않은데 200mm 렌즈를 산다든지...(아, 이건 우리 가족에겐 비밀이다) --;
사치 한 번 부려보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단,엑스트라로 번만큼만 써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려운 시간이 풍기는 냄새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이 시간이 얼마만큼 지속될지, 얼마만한 세기로 우리를 억누를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어려움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이다.
허리띠는 조이지만 지나치게 조여서 숨을 못쉬면 말짱 도루묵이다.
숨막히는 갈증에 청량음료와 같은위안을목적으로객쩍은 소리를 떠들었다.
마음은 부자로 살자는 의미에서......
영화 '빠삐용' 에서 빠삐용이 독방에 갇혀있을 때, 매일 배급 때가 되면 철문 배급구멍으로 머리를 내놓고 점검을 받는다.
옆 독방의 죄수가 빠삐용을 바라보며 묻는다.
"How do I look?"
빠삐용이 대답한다.
"You look great."
You look great.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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