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금준의 가득한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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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樽의 가득한 술을 슬카장 거후르고
醉한後 긴 노래에 즐거오미 그지업다
어즈버 夕陽이 盡타 마라 달이 조차 오노매

                                                          (정두경)



술단지에 가득한 술을 싫컷 마시고
얼큰히 취한 후 긴 노래를 뽑아대니 즐겁기 짝이 없다
아! 하루 해가 진다 아쉬우랴, 달이 떠올라 비쳐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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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소리 중 하나는,
술주전자에서 술이 뾰료료롱 술잔에 흘러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

누가 양주를 준다 하면 끝내 거절할 순 없었지만,
역시 술은 술주전자에서 따라 마시는 전통주들이 운치가 있어 좋다.
술단지에 가득 담아 바가지를 띄워 내오는 동동주도 좋고,
주모의 엄지손가락이 푹 담겼다가 나오는 한사발의 막걸리도 마다할 수 없다.
옛날엔... --;

아방궁 같은 최고급 룸싸롱도 공짜라면 굳이 사양할 리 없지만,
역시 술은 신발 벗고 앉아 편안히 앉아 마시는 것이 맛이 난다.
뻑적지근한 한상차림은 조금 부담스럽고 차라리 찌그러져가는 개다리소반 위에,
신선한 오이를 된장 찍어도 좋고 노오랗게 부쳐낸 파전이나 빈대떡이면 더더욱 왔다다.
옛날엔... --;;

술이서너 순배쯤 돌고 주커니 권커니 하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다 찌그러진 노란 양은냄비에 홍합이나 쑥갓을 넣어 푹 우려낸 찌게국물이 올라오고
마주 앉은 너의 얼굴이 발그레 해지고 눈꼬리 차츰 처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슬슬 쇠젓가락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옛날엔... --;;;

그때는 우리 모두 술이 있는 한, 먼저 스톱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서러운 뽕작을 부르면서도, 술잔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혈압도, 당뇨도... 아무 걱정없이 마시던 친구들이 있었다.
옛날엔... --;;;;

옛날엔 말이다.

엊그제.
언제나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슈퍼의 진열대에서 내 사랑하던 청하와 이동막걸리를 마주친 날.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느라 아이들이 눈칫밥 주던 날.
술주전자로 술 따르는 낭랑한 소리가 밤새 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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