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의 지게 여던 바람 살드리 날 속여다
風紙 소리에 님이신가 반기온 나도 의다마는
진실로 들나곳 하더면 밤이조차 우을낫다
(무명씨)
간밤에 문을 열어제친 그 바람에 감쪽같이 속아버렸네
문풍지 소리에 님이신가 하여 반긴 나도 잘못이었지만
진짜 들어오십시요 하고 말했더라면 밤 조차도 비웃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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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걷던 시절에 살아본 시절의 시골도 시골이라고... ^^
시조에 보이는 단어들이 시골 우리 할아버지댁에서나 볼 수 있는 옛단어들이다.
'지게' 는 외짝문을 이야기 하는데 한쪽에 경첩을 달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 할아버지방에 달아놓은 작은 여닫이 방문이 지게이고, 일반적인 싸릿담에 한쪽으로 비스듬히 걸쳐 세워놓은 삽짝문도 일테면 지게에 해당이 된다.
그래서 한자로 나타낼 때도 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지게이면 호(戶) 이고, 양쪽으로 벌어지는 두짝 대문을 가졌으면 가(家)로 표기한다.
'집집마다' 를 뜻하는 사자어(四字語)가 가가호호(家家戶戶)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풍지' 는 문풍지를 말하는데 방문이나 창문과 문틀 사이의 틈으로 들이치는 황소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이나 방문짝 주변으로 주욱 붙이는 종이이다.
특히 경첩이 있는 쪽이나 미닫이 창문 두개가 겹치는 부분의 틈이 문풍지의 핵심 타겟이다.
문풍지를 붙이면 방안의 온도를 평균 3도나 높일 수 있고, 난방비는 무려 14%를 아낄 수 있다고 하니, 비용 대 효과의 면에선 썩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문을 열고 닫을 때 풀썩거리는 모습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문풍지가 가장 멋이 있는 점은 바람이 불 때마다 부----- 하고 나즈막한 소리를 내주는 것이었다.
저 언덕 아래 포구에서 헤어나는 여객선의 먼고동소리 마냥...
소 꼴먹이던 소년의 심심풀이 보리피리 소리마냥...
'불꺼진 창' 앞에서 가슴 서늘하게 흐르던 휘파람 소리 마냥...
옛날 어떤 키 큰여가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내가 보고 싶을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그 가수가 문풍지를 두고 노래한 것이냐고...?
...음... (그건아니지, 아마...) --;
그냥 휘파람 하니까 생각이...... ^^;;
(20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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