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朋自遠方來

공자의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
...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친구가 있어 멀리서부터 찾아와주니 즐겁지 아니한가)
오랜 친구가 멀리서부터 날 찾아준다면야 언제나 welcome 아니겠는가.
개다리 소반에 막걸리 한 사발과 파전 한 접시를 내올지언정, 그 술맛이 어디 매일 의미없이 습관처럼마시는 그 술맛과 같을 수있겠는가.
술잔 마다 가득가득 그리운 눈빛과 아련한 마음을 담아 권커니 자커니 하다보면 밤을 새워도 기분좋게 취할 수 있으리라.
암, 그렇고말고...

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 사이,구성진 음색으로민요와 트로트를 넘나들던 가수 조미미가 있다.
'바다가 육지라면' 이 대표적인 힛트곡이었는데, 이런 것도 있었다.
먼데서 오신 손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던 님인데,
꿈 속에서 그린 님인데...
어이하라고 어이하라고
나는 나는 어이하라고
대답해주세요 말 좀 하세요
무어라고 말하리까
무어라고 말하오리까
먼데서 오신 손님

갈매기 끼룩끼룩울어대는 선착장이나 5일장 보따리 장수들 가득 풀어놓는 시외버스 정류장 근처에 자리한, 오래된 다방에서 많이 들을 수 있을법한 노래.
출입문엔커다랗게'약속다방' 이나 '만남다방' 또는'카페 여왕봉' 이라고 쓰인 간판을 머리에 이고,반쯤은 색이 바랜듯한 연두색 수성페인트로 벽이칠해진, 그런 곳 말이다.
요즘 같아선 커피배달용 오토바이도 문 앞에 한 두대쯤 세워져 있을테고...

이야기는 그렇게 황토색나는 곳으로 흘러갔지만,
기실 오늘 오는 나의 손님은 비행기를 타고 휘까번쩍 하는 공항에 나타날 것이다.
제트기를 타고 약4000 km 를 날아서 우리가 사는 곳으로 오는 것이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플랭카드를 만든다고 아우성이지만...ㅋㅋㅋ
우리 달덩이 같은 세 얼굴이 공항에 뜨는 것만으로도 표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

이 친구를 위하여 우리는 오늘,
즐겁게 청소를 하고, 다함께 요리(?)도 하고, 언짢은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아니하며,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오기를 약간의 흥분 속에서도 찬찬한 마음으로 억누르며, 준비를 할 것이다.
"야, 너네 빨리 청소안해!"
"아빠는 안해?"
"난 너희 감독 하고 있잖아." ^^

한국음식과 한국식품점을 접하기 힘든 곳에서 오는지라, 나는몇 일 전부터 무엇이 먹고 싶은지를 자꾸만 캐물었다.
그리고 들은 의외의 대답.
명태코다리. --;;
무길도한량이 사는 곳도 명태가 쉽게 헤엄쳐오는 곳은 아닌데...
다행히 침 맞으러 가는 한의원 옆으로 조그만 반찬가게가 있던 것을 떠올린다.
선하게 생긴 반찬가게할머니,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
"내가금요일 아침까지 만들어 놓을께." ^^
으흐... 감샤~ 덕분에 점수 따겠다.

집사람이 오면 아이들도 서로 엄마와 시간을 가지려 하고...
나는 나대로 일정부분 아이들과 일상사에서 해방도 되고...
좌골신경통엔 안정이 최고라고 하잖은가?
더더군다나 집사람은나의 하나 밖에 없는와이프잖은가?
15년 이상 미운 정 고운 정 녹신하게 든 묵은지 같은 나의 친구.
有朋하여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라...

(2009.09.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