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0일 수요일

무길도엔 안개가...



무길도엔 안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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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길도 사람들 생각엔 오직 바다만 있다.
바다를 빼고나면 이들의 머리 속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오늘은 바람이 부니 바다에나 가볼까?
오늘은 모처럼 햇빛이 났으니 바다에나 갈까?
비 오는 바다나 보러 갈까?
커피나 한 잔 하러...?
심심하니까...?
점심 먹으러...?

핑계야 수 천 가지도 넘겠지만 이유야 따지고 보면 단 한가지 뿐이다.
외로운 사람들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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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아침마다 찾아오는 안개지만 오늘의 느낌은 좀 달랐다.
그래서...
오늘은 무길도한량도 카메라를 메고 아침 안갯길로 나섰다.
짙은 색스폰과 어우러지는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공원' 이나 들으며 가면 꼭 어울릴 길엔, 앞섬에서 무길도로 건너온 차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지나가던 고래라도 한 번 솟구쳐 올라오면, 이들은 하루종일 그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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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새벽같이 일어나 앞섬 지나 '평화로운' 대양까지 나갔다 오는 길이다.
매일 같이 거침없는 대양에서 아침 커피를 하고 오는 이 부부의 멋에 그만 손을 들고만다.
보트가 도착하여 트럭에 올려싣고 떠나는데 채 십분도 안걸릴 만큼 능숙한 솜씨를 보여준다.
어지간히도 바다를 사랑하는 이 부부는, 또 어지간히도 부러워하는 나의 시선을 뒤로 하고바이바이 하고 떠난다.
그들의 하루가 평화롭고 행복에 가득찬 하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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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도착한 여객선은 앞섬에서 탄, 또 한 무더기의 자동차들과 승객들을부두에 부려놓으며 잠시 쉬고있다.
배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빠져나오던 자동차를 가만히 세시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야아, 백 대가 넘는걸..?

등대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선착장 쪽으로 가다가 고즈넉히 바다를 바라보는 벤치를 만난다.
안녕, 벤치?
쇠로 만들어졌다는 느낌만큼이나 차가움을 전해주는 벤치에 한 번 앉아 안개 낀 바다를 감상하려다가 등받이에 붙은 조그만 동판에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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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수 크리쓰를 기억하며...
1965년 8월 7일에 태어나 2010년 4월 5일에 지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살았고 최후까지 용감히 싸웠다.
당신 마음의소리를 듣고 당신의 꿈을 좇으라.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를 그리워할것이다.

불과 몇개월도 되지 않았네...
내 나이 또래 밖에 안된 걸로 보아,아마 몹쓸 병과 싸우다 간 모양이다.
하지만 기억해 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 로라도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을 산것이리라.
게다가 이렇게 멋진 곳에 그녀의 이름을 단 벤치까지 놓여졌으니...
고통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둘러보니 곳곳에 놓인 벤치마다 이런 명판들을 달고 있다.





8명의 자식과 많은 손주들이
제리 L 바우저를 기억하며...
1932년 3월 5일에 나서 1996년 5월 7일에 지다.
그녀는 자연과 신선한 공기와 석양과... 그리고 우리를 사랑했다.
이곳에 앉아 쉬시고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다복하셨던 할머니... 
우리 할머니도 8명의 자식과 많은 손주들을 두셨더랬다. ^^
편히 쉬시길...





샤론 L 히론을 기억하며...
내 다시 산다면..., 더 많은 데이지를 땄으리라

아마도 데이지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람인 모양이다.
하늘나라에는 더 아름다운 꽃들이 더 많을텐데...





채드 맥그리거 앤더슨을 기억하며...
1970년 1월 9일에 나서 1994년 7월 29일 지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 가슴에 살고 있다.

24살이란 젊은 나이에 간 채드도 하늘나라에선 더 행복하리라 믿고...





하나만 더 보기로 하자.
글로리아 진 보치그레빙크 (제스퍼)
1937년 2월 23일에서 2003년 8월 17일까지 살다.
사랑하는 엄마이자 친구였다.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고이 잠드시길...
어줍잖은 디자인의 기업광고판이나 공익광고판 보단 훨씬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다.
무덤의 봉분을 높이 올릴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 망자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세상에 남겨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그 사람의 이름이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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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개처럼 세상에 스며들었다가 어느 순간 안개처럼 스러지는 것인 모양이다.

안개 가득한 무길도엔 쉴 새없이 드나드는 파도처럼 여객선이 도착하여 차량들을 부리고, 또 싣고 다시 앞섬으로 떠나길 반복하고 있다.
바닷가에 홀로 앉은 시인은 안경 너머로 바라다 본 바다를 하얀 종이 위에 포말처럼 풀어간다.
외로운 사람들이 스며드는 무길도엔 안개가 짙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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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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