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오! 재미있는 오재미


오! 재미있는 오재미 







오! 재미있는 오재미.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봉숭아학당' 에 나오는 코미디언 오재미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물론 그가 바보스러움, 무대뽀스러움, 그리고 주책없음을 리얼하게 연기해내는 것을 보면서 혼자서 TV 를 향해 히죽이 웃어주고, 또 조금 더 젊었을 적엔 그의 바보짓을 모방해보기도 하던, 개인적으로는 그의 희극성을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은 그에 관한 것이 아니니 기대하는 방향이 다르신 분들은 조금 쉬어가도 될 듯.^^

오재미.
오재미 또는 오자미 라고 불리우는 이것은 손바닥 만한 크기의 헝겊에 모래, 쌀, 쌀겨, 콩 등을 한 줌 넣고 사방을 빙 둘러가며 꿰매서 둥근 모양으로 만든 일종의 놀이 공이다.
여기서 그 유래나 어원이 한국이 되었던 일본이 되었던 그것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은X-box 나 Wii 가 존재하지 않던 우리 어렸을 적에, 그리고 더 오래전 우리 부모님 소시적에 소학교에서 맨발로 뛰어다니실 적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년 초에, 또 어떤 학교에서는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일인당 두 개 씩 집에서 오재미를 만들어오라고 시켰는데, 때 마침 떨어진 양말짝 (후~^^) 이 동이 난 집에서는 멀쩡한 엄마 앞치마 한 구석이 밤 사이잘려져 나가기도 하고, 아빠나 오빠의 바지 바깥쪽으로 달려있는 뒷주머니가 조용히 뜯겨져 나가기도 하는 도깨비 장난질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구멍 난 양말짝도 좋았지만가장 인기있던 것은 정부에서 주던 구제품 밀가루를 담았던 광목포대였다.

내용물의 선택도 중요했다.
모래는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어서 그 모래 오재미로 잘못 맞으면 눈에 파랗게 멍이들게 만들었고, 쌀이나 조나 보리와 같은 알곡식은 가난했던 터라 다리몽뎅이 부러질 각오를 하고 오재미 속으로 넣어야했다.
쌀겨는 너무 가벼워서 멀리 날아가지 않았고, 약 10-20알 정도의 콩이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콩알의 부피감이 좋았고 무게도 제법 나갔을 뿐더러 맞아도 즐거운 마음으로 히죽하고 웃으며 지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밤새 만들어진 오재미는학교로 가서 반 별로 양동이에 가득 담아 보관하게 된다.

오재미를만든 주목적은셋 중의 하나였다.
첫째는 오재미 던지기.
그냥 양 편으로 나눠서 죽 늘어선 뒤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는데, 공격시엔 오재미로 상대방을 맞춰 아웃시키고, 수비 때는 상대방에서 던진 오재미를 피하던지 아니면 받아내서 죽은 우리 편 한 명을 되살리던지 하면서 하는 킬링게임이었다.
딱딱한 오재미 속을 넣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딱딱한 오재미로 맞아 죽으면(^^) 죽었기 때문에 기분도 나쁘고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꼭 방과 후에 육탄전으로 다시 한 번 붙는 빌미가 되었다.

둘째는 오재미 박터뜨리기.
가을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서 오재미를 던져서 장대 끝에 매달린 상대방박을 터뜨리는 게임으로 이 게임은 꼭 점심시간 바로 전의 순서였다.
박이 터지는 순간, 속에서는 오색 종이와 꽃가루, 반짝이 등이 '農者天下之大本也'라는 휘장과 함께 쏟아져 나왔는데, 나중에 이 어구는 '즐거운 점심시간' 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게임에는 항상 진 팀으로부터 뒷 말이 나오곤 했는데, 내용은 항상 상대편 박에 종이테이프가 한 번 더 발라져있었다는, 제법 그럴싸하지만 초등학생 답지 않은 내용이었다.

오재미 박터뜨리기가 주로던질 줄 아는, 그러나 그리 썩 좋은 실력은 아닌3학년 아이들의 주종목이었다면, 조금 그 보단 나은 4학년용 게임으로 오재미 던져넣기 게임이 있었다.
긴 장대 끝에 매달은 바구니에 일정 시간 동안 오재미를 던져넣는 게임으로 제법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때로 장대가 없는 경우, 6학년 언니들이 무등을 타고 바구니를 들어올려서 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그럴 경우 꼭대기에 앉아 바구니를 들었던 6학년 언니의 얼굴은 그 다음날엔 부티나게 부옇게 부은 얼굴이 되곤 했다.

고무공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골목에서 오재미로 '왔다리 갔다리' 도 했고 재기도 찼다.
하지만 점점 대부분의 게임들은 고무공들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고무공이갖고 있는 탄력성과 불확실성으로 점차 게임들은 좀더 스피디한 쪽으로 다양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시작한 게임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일종의 맨손 야구 같은'찜뿌 (또는 찜뽕)' 이라는 것도 있었다.

가을 운동회가 끝나고 나면 오재미들은 아무 하릴없이 교실 뒤 청소함 속에서 방치되다가 어느날 겨울 대비 난로를 설치하기 전 대청소를 하게 되면결국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만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놈으로 두어 개 골라서 가방 속에 넣고 다니게 되면 개인용 놀이기구로서 또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게 되곤 했다.

요즘도 초등학교 운동회하는 것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재미에 대한 추억이다.
생긴 것은 전혀 세련되지 않았지만자기 스스로 만들었고, 안전하여 모든 사람이 같이 갖고 놀 수 있었던 오재미.
그 오재미를 보면 파란 가을하늘 아래 땀 흘리며 달리며 던지며 받으며 마음과 웃음을 함께 주고 받던 그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듯 하다.





(200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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