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신년맞이' 라든가 아니면 '점포정리', 뭐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건전지 박스를 정리하다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가운데 툭 던져놓은 건전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4LR44 6V.

작달막한 이 전지는 Canon A-1 에 맞는 친구이지.
잘 고쳐졌으면 지금쯤 이 전지를 가슴에 품고 세상을 모두 자기 마음 속에 담으려 했을텐데...
불쌍한 친구.
선반에서 A-1 을 끄집어 내렸다.


참 멋진 친구인데...
멋지면 뭐하느냐구? 작동이 안되는데?
두고보자구... 언젠가는 깨어나게 해줄거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내린 김에 전지실을 열고 4LR44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돼야 하는건데....
핫? 이게 뭐야?

마치 사진을 찍기라도 하려는 듯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대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180 6.7 M
A-1 의 display 가 살아난 것이다. '0'
이럴 수가?
이것 저것 돌려보고 맞춰보고...

저렇게 즉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CPU 가 살아있다는 것!
아... 참내 이렇게 기쁠 수가...
부리나케 전기 테스터를 꺼내들고 긴급 점검에 들어간다.

이 친구가 깨어나다니......
흥분이 되어서 테스터기 막대기 끝이 흔들흔들.
괜찮은 것 같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 일이라고는 깨끗하게 닦아서 선반에 올려놓은 것 밖에는 없는데...
작동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쇠고 나서 34번가의 기적이라도 일어났는가?
하늘엔 축복, 땅엔 평화...
Merry Christmas, everybody! (늦었지만...^^)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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