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F-1 이래 처음으로 정권을 잡은 플래그쉽 기종.
어디에서 어떻게 뒹굴었는지 보이는 곳 마다 상처 투성이이다.
싼 맛에 들여와서 들여다보니 기능적으로는 아직 끄떡없는 모습.
내가 한 번 써주실까나?
여행을 하며 폼 좀 잡느라고 한 두어 달 매고 다녔는데......
암만 해도 나에겐 너무 과분하다.
겨우 출퇴근할 정도의 운전실력을 가진 사람이 램보기니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를 받는다면?
차가 아까울 뿐......
언제 카메라가 안좋아서 사진을 못찍었던가?
항상 문제는 실력없는 찍사(^^)가 연장 탓만 하는 것이 문제지.
아, 물론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고 꼭 저가 기종을 써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내겐 너무 넘친다는 생각일 뿐이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상처들은 마치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의 훈장과도 같다.
먼젓번 주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한 이 모습이 중고 카메라의 매력이다.
그나마 튼튼하고 묵직한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견디어 냈을 터...

베이스 커버의 가장자리에 떨어진 페인트나 뒷면의 조종휠의 상태로보아 상당히 오랜 기간 악조건에서 시달린 것이 분명하다.
eye-piece 를 감싸주는 고무도 떨어져나가고 frame 만 남아있다.

누군가의, 세련된 카메라 애호가 또는 사진가를 만나면 아직도 내노랄 사진을 뽑아낼 수 있는 건재함이 역력히 보인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안팎을 손질해서, 누군가에게 다리를 놔주는 일이다.
부디 좋은 주인 만나 좋은 사진 많이 찍어주길 기도하면서......이제 널 놓는다.
(200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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