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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시 그의 손위치는 이상해서 손바닥이 종종 건반의 높이 보다도 밑으로 내려와 있곤 했다. 종종 손가락을 뻗은 채로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오른쪽 새끼 손가락은 해당 건반을 누를 때까진 오무려져 있곤 했는데, 음악평론가 Harold C. Schonberg 는 '코브라의 공격을 연상시키는 움직임' 이라고 묘사했다.
연주 내내 그는 피아노 건반덮개 높이 이상으로 손이 올라가는 법이 좀처럼 없었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으며, 얼굴엔 강렬한 집중 이외의 다른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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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en.wikipedia.org/wiki/Vladimir_Horowitz)

1982년 항우울증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리포트들도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그의 연주는 뚜렷하게 차이가 날 만큼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1983년에 있었던 미국 및 일본 연주에서는 기억력의 쇠퇴와 육체적인 무뎌짐으로 말미암아 망치고 말았는데, 한 일본평론가는 그를 가르켜, '매우 소중한 골동품 화병 - 그러나 깨져버린' 이라고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는 다음 2년 동안 대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그만둔다.

1985년 약물로부터 해방이 되고 다시 연주생활로 복귀.
1986년 모국 러시아를 방문,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서 연주.
이때의 실황음반 Horowitz in Moscow 는 클래식 빌보드 챠트에 1년 이상 최상위권을 유지.
1987년 봄 마지막 유럽순회공연을 마치고 (Horowitz in Vienna)...
이 당시의 연주들이 그의 연주 중 최고라고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피아노의 거장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1989년 11월 5일 86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
유명한 지휘자 Toscanini 의 사위였던 관계로 이탈리아 밀란의 Toscanini가 무덤에 안치된다.

CD를 듣다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행히 YouTube 에 그의 연주 동영상들이 있었다.
특히 모스크바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Schumann 의 Traumerei 를 연주하는 모습도 있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qq7ncjhSqtk) 클릭!
석고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연주에 빠져있는 청중들, 턱을 괴고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응시하는 소녀, 눈물을 흘리는 노신사...
그들은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노피아니스트의 묵직한 피아노 소리가 외롭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창 밖으로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식어가는 커피의 향은 짙어만 간다.
이 비 그치면, 계절은 우리를 좀 더 겨울로 몰아갈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우리는 이 가을의 빛을, 이 가을의 느낌을 새삼 그리워하겠지.
그리곤 루 살로메를 사랑한 릴케처럼 이렇게 말하리라.
내 눈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20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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