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ympus OM-1 black
1970년대 후반 (아마도 1979년) '윤중식' 이라는 가수가 아주 청승스러운 내용의 노래를 아주 청승맞게 부르면서 데뷰를 하게 된다.
제목은 '왔다가 그냥 갑니다' 였고 노랫말 1절은 다음과 같았다.
왔다가 그냥 갑니다
왔다가 그냥 갑니다지나다 생각이 나서
갑자기 들려봤어요 만날 수가 없네요
싱겁게 되돌아 다시 갈걸 왜 왔냐 물으신다면,
그저 이렇게 웃고 말지요 내 마음 나도 몰라요
할 말도 없었는데 차라리 잘되었네요
만날 수가 없어서 왔다가 그냥 갑니다.
얼마나 청승맞은 노래인지, 가끔 이 노래를 부르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청승' 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무길도 한량의 흥을 단번에 죽이는 노래이다.
내가 들어도 맥빠지는 노래이니까......뭐, 할 말은 없다.
아, 근데 왜 갑자기 '왔다가 그냥 갑니다' 이냐고 물으신다면?
사실은 어제 포스팅을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OM-1 은 top 부분에 mirror 의 움직임과 관련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더더군다나 필름 어드밴스 OK, 셧터 릴리즈 OK, 셧터막 작동 OK 인 이 상황에서 mirror 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top 을 뜯으러 왔다가 그냥 base 쪽으로 가면서,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설래무네......^^
자, 각설하고 밑으로 가자!

정직하게, 보이는 고정나사 4개만 제거하면 된다.
쯧쯧, 어느 무지막지 하신 분께서 바닥을 긁어서 일련번호를 새겨놓으셨다.
일련?
그렇지, 여기서 mirror 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록 하자.
먼저 준비 상태.


필름 어드밴스 레버를 돌려주면, 그 밑에 연결된 charging gear 를 통해서 mirror cocking lever 가 mirror tension lever 를 전면부 쪽으로 밀어주면서 mirror spring 에 tension 을 준다.

셧터 릴리즈 버튼을 누르면 mirror release slide 가 오른쪽으로 진행하면서 방아쇠 모양의 크랭크를 밀고 그 위에 숨어있는 mirror release lever 를 눌러서 mirror spring 을 풀어준다.
......
작동의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 왜 mirror 는 꼼짝 안할까?
......
고민이 마구 커지려는 찰나!
끼어들기 좋아하는 우리 꼬맹이 하나가 어깨 너머로 들여다 보다가 묻는다.
"아빠, 이건 뭐하는 단추야? 옆에 꺼 하고 똑같이 생겼네?"
"껴들지 말고 저리 가 놀아"
???......!!!

그건 바로 mirror lock-up lever 였다.

카메라의 미세한 진동에도 주의가 필요한 분야에서 쓸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로, 셧터 릴리즈 후 mirror 가 다시 떨어질 때의 진동을 방지하기 위해 mirror up 위치에서 mirror 를 잠궈주는 역할을 한다. (별로 효용이 없었는지 OM-2 부터는 없어진다)
레버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정상 위치,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lock-up 위치. --;;;;;
매뉴얼도 찾아보지 않고 고장난 카메라라고 파는 사람이나, 깊이 생각도 안해보고 무작정 카메라를 뜯으려 한 사람이나...... 에구구 --;;;;;
꼬맹이에게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러면 앞으로 계속 끼어들테니까)......
여태 배운게 뭔지......참 내.
아~ 헛되고 헛되도다.
왔다가 그냥 갑니다......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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