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십부터래...

인생은 오십부터래... ^^

2011년 7월 21일 목요일

Pentax K1000 (1)



PENTAX K1000 (1)








세상을 살다보면 굵고 짧은 생을 살고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늘고 길게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쪽이 낫고 어느 쪽이 못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각자의 인생관이 다르고 각자의 배경과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 전략을 짜는 것은 정말 각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친구의 이름은 아사히 펜탁스 K1000 이다.
뭐 별 볼 일도 없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깡통' 이다.
하지만 무특색이 특색이고 가진 거라고는 히죽한 미소 밖에 없는 이 친구가 1997년 단종이 될 때까지 30년 이상 장수 모델에 3백만 대 이상 팔린 가장 성공적인 카메라 중 하나였다면?
그냥 같이 히죽이 웃는 수 밖에...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때는 바야흐로 1976년 초.
Pentax K 씨리즈가 처음 등장하는 그 때에 Asahi Pentax는 SMC Pentax K 마운트 렌즈들과 함께 전반적인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또 한 번의 큰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다.
Pentax의 라인업은 최고급 기종 K2, 밑으로 KM, KX, 그리고 저가형 K1000 의 포진이었다.
1964년 Spotmatic의 성공으로 SLR 카메라 시장의 기선은 이미 제압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1972년 Olympus OM-1 이 촉발시킨 콤팩트화 바람이나 1976년 Canon AE-1이 돋보인오토메이션 바람 등에 대응하기에는 Pentax K 씨리즈 카메라들은 너무 무겁고 컸다.
K 씨리즈는 같은 바디에 다른 사양들을 얹은 식이어서 전반적으로 지리멸렬하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가형으로, 소위 '깡통' 밖에 없는 K1000 은 1970년대의 콤팩트화 및 오토메이션, 1980년대 Minolta Maxxum 7000 이 일으킨 오토포커스 바람, 1990년대의 최소형 줌기능 전자동 point-and-shoot 의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다.
내세울 거라곤 shutter speed 1/1000초 (특출난 것도 아닌) 에서 따온 K1000 이란 이름 뿐.

심지어는 아사히 펜탁스 내부에서 조차 K1000 의 단종을 수 차례 고려했었으나, 번번히 지속되는 판매실적에 단종 계획을 포기하곤 했었다.
결국 이 모델의 오래된 전기 기계 부품들의 조달 원가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1997년에 이르러서야 K1000 은 링에서 내려오게된다.



niche market (틈새 시장) 이라는 개념이 있다.
즉, 패션과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항상 베이식 SLR에 대한 요구가 존재한 것이었다.
자동 노출, 자동 촛점 같은 부가기능을 전부 뺀, 기본 SLR 카메라의 액기스만 갖춘 '깡통' 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K1000 의 selling point 였던 것이었다.

왜?
SLR 초보 입문용에는 그런 부가기능이 더 거추장스럽고 도움을 안주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에겐 피사체, 배경 그리고 카메라 조작 이외에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더 생각하게 만드는 카메라로 존재한 것이었다.
간단한 디자인, 단단한 바디, 믿을만한 성능 그리고 저렴한 가격.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30년간 300백만대가 팔려나간 것이었다.

비평가들로부터 지적된 나쁜점들도 많았다.

못생겼다, 마감이 안좋다, 느낌이 안좋다, 셧터 버튼이 조악하다, CdS 셀의 반응이 늦다, 뷰파인더가 91% 커버에 불과하다, 뷰파인더에 뜨는 정보가 없다, 최고 셧터스피드가 느리다, 심도프리뷰가 없다.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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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기까지만... (Pentax 세일즈맨이 아닌 관계로~^^)

자, 그런데 황당한(?) 일이 또 생겼다.
이 $11.07 짜리 친구를 살펴보니, 차광폼이 녹아내리고 부스러진 것 이외에 성능상의 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 (문제가 없는 것도 문제^^)
바로 어제까지 Ricoh XR-2 차광폼 교체를 했는데, 또 똑같은 걸 할 순 없고...
그래서 일단은 잘 닦아주고 광 내서 사진 한 방 꾸욱!





나, 이뿌?^^

그리곤 이 친구가 같이 데리고온 SMC Pentax-A 1:2 50mm 렌즈도 같이 닦아주려다가!
에그머니나! (화들짝)
으악! 으악! 우악!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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